성명서
대한응급의학회는 최근 집권 여당 국회의원 25분들과 다른 당 국회의원 각 2분, 무소속 국회의원 1분 총 28분께서 공동 발의하신 의안번호 2213901,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약칭 응급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하여, 국민을 대표하여 응급의료 개선과 발전을 위한 입법 활동으로 존중합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우리나라 응급의료 분야 최고 전문가 학술단체로서, 환자 안전과 응급의료체계 개선과 발전의 관점에서 공개적으로 관련 의견을 밝힙니다.
1. 안 제48조의2(응급환자의 이송 및 전원 조정 체계)
현행 48조 2(수용 능력의 확인) 조항을 삭제하고 신설한 개정안 법 조항으로, 흔히 119구급대원의 이송 병원 직권 선정으로 불리워지는 내용이며,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조항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 안전의 관점에서도, 119구급대의 운영 면에서도 응급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개선안이 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방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조차도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의 수는 제한적입니다. 119구급대원의 수도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인구 수준에서 부족한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그런데 수용 능력 확인의 현행 법률 조항을 삭제하고, 119구급대원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 통해 직권 선정한다면, 그 몇 안 되는 응급의료기관 문 앞에서 119구급차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새로운 기현상이 발생될 뿐입니다. 119구급대가 응급의료기관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심지어 재이송까지 담당하는 동안, 정작 관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관외에서 출동해야 하는 119구급대마저도 이미 응급의료기관 문 앞에서 대기하다 재이송에 나가 있어서, 출동할 119구급대마저 부족한 “구급 공백”의 아찔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 우려됩니다.
또한 예를 들어,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는 가까운 병원이 아니라, 관상동맥중재시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확실한, 세계 공통의 치료 지침 내용입니다. 우선 가장 가까운 병원에 빨리 이송하고, 빠른 재이송 즉 전원으로 치료하고 해결한다는 방식은 듣기에는 그럴 듯하나, 실은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를 주는 것이며, 의학적 근거가 확실한 세계적 지침에 역행하는 방향입니다.
우리나라의 부족한 응급의료인력과 시설, 장비, 119구급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응급환자에게 최선의 응급진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사전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지, 의료인이나 응급의료기관, 119구급대의 편의를 위하여 수용 능력의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행 48조 2(수용 능력의 확인)를 유지하면서, 국민들께서 우려하시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한 보완 조항 즉, 해당 지역에서 응급의료기관들이 모두 수용이 어려운 pre-KTAS 1,2등급 중증응급환자의 경우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 뿐 아니라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응급의료기관의 진료 능력, 이송 거리를 고려한 우선 수용 권고, 해당 사례 형사적 면책 제공 등을 통한 해결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하겠습니다.
2. 안 제48조의3(응급환자 이송정보의 제공)
현재 119구급대원들과 사설 구급차 이송업체 간호사, 응급구조사들도 구급활동일지, 이송일지에 수용 병원 의사의 서명을 직접 받아야 하며, 환자 상태를 대면으로 직접 인수인계하고 있습니다. 응급환자의 정보를 인수인계하는 것은 응급환자 진료에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인데, 이를 “... 할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으로 오히려 후퇴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3. 안 제32조(당직체계)
응급실 전문의 2인 1조 근무나 최종치료 질환군별 전문의 당직제도는 3년의 유예 기간을 부칙으로 두고 있으나, 2025년 현재까지 대한응급의학회가 배출한, 작고, 휴직, 개원, 군의관 복무 회원 모두를 포함한 2,805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체가 응급의료기관에 근무한다 하더라도 맞출 수 없는 법정 인력 기준이며, 환자 진료량에 따라 전문의 2인 이상 근무가 필요할 수 있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오히려 걸림돌과 불필요한 규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응급실 전담 전문의 수의 법정 인력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필수의료 타 임상과 전문의가 응급실 당직에 투입된다면, 외래, 수술, 마취, 입원과 같은 필수의료에 또 다른 공백이 발생될 것이 충분히 예상될 뿐이며, 최종치료 질환군별로 전문의가 당직 근무를 할 정도의 필수 의료 전문의들 역시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응급의료인력은 법률로 강제하여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의 문제가 아니며, 응급의료 현실을 도외시한, 지킬 수 없는 법정 인력 기준은 응급의료 현장을 왜곡시키고 혼란을 주어,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하게 됩니다.
4. 안 제2조(정의)
어떤 법이든지 해당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송이란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응급환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전원이란 응급환자에게 보다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한 의료기관에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관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하는 개정안의 정의는 응급의학적으로 부족한 정의이며 부적절하기까지 합니다.
응급 환자의 발생 현장에서부터 응급의료종사자가 시작하는 환자 평가, 응급처치, 이송 병원 선정, 구급차나 구급헬기를 통한 이송, 이송 중 환자 감시와 응급처치, 환자 인계와 이송 과정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직접의료지도와 전반적인 질 관리, 평가 등의 간접의료지도 전체를 포함하는, 응급의료체계에서 중요한 구성요소인 “이송”을 단순히 응급환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행위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질 저하와 후퇴는 명약관화합니다.
전원 역시 환자 안전을 위하여 의사의 전원 결정, 병원간 또는 현행 중앙응급의료센터(중앙응급의료상황실/전국 6개소 광역응급의료상황실)를 통한 사전 연락, 구급차나 구급헬기를 통한 이송, 이송 중 환자 감시와 처치, 수용 병원 인계 등의 복잡한 의학적 판단을 동반한 응급진료의 중요한 과정이지 단순히 행정적 이관이 아닙니다.
그리고 법률로서 어떻게 ‘최종 치료’를 단편적으로 정의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시행규칙이나 고시로 정할 수 있겠습니까?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 세계적 의학적 지침과 의사의 판단 등 폭넓은 재량으로 응급환자마다 개별적으로 최종치료는 선택되어야 합니다.
5. 안 제63조(응급처치 및 의료행위에 대한 형의 감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공의 선생님들을 포함한 모든 응급의료종사자들이 마음 놓고 최선을 다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응급의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 분야의 형사 처벌 면제, 민사 손해 배상 최고액 제한과 같은 법적, 제도적 개선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대한응급의학회는 안 제63조(응급처치 및 의료행위에 대한 형의 감면) 형사처벌 면제 필요적 규정으로 개정은 적극 찬성합니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한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인상 제도화, 상시화는 대한응급의학회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요청했던 내용으로, 응급의료 분야 지원의 큰 방향에 부합하는 긍정적 사례이며, 의정 사태 동안 시행되었던 다른 한시적 수가는 종료해도,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 인상 제도화, 상시화는 환자 단체에서도 공감하고 동의해 주셨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였습니다. 정부 당국의 응급의료 분야 개선 노력과 국민과 언론 여러분들의 이해와 협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의정 사태가 끝난 현 시점에서, 정치권이나 정부 당국 뿐 아니라 의료계 역시 응급의료 분야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냉정히 분석하고 반성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개선 노력에 적극 협력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항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국민에게 최상의 응급의료서비스를, 그리고 회원에게는 긍지와 보람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끝)
2025. 11. 19.
대 한 응 급 의 학 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