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정광성 기자]올해부터 5년간 추진되는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수립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분절된 이송-병원-최종치료를 잇는 첫걸음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추진할 과제 및 보완할 과제가 여전히 많지만, 적어도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 치료에 중요한 전원(傳院)에서 응급실 의사 1명만 초조하게 전화를 돌리는 현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이다.
본지는 지난 20~21일 양일간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년)’과 관련 서울아산병원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대한응급의학회 임원들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센터장을 만나 각각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4차 기본계획은 생명이 위급한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부터 최종 치료까지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하고, 신속 이송체계를 구축해 골든타임 내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하며,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지역완결적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응급의학회 김원영 정책이사(서울아산병원)는 감염관리센터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병원 응급실 단계에서 치료하고 응급실 이후 처치할 곳에 대한 최소한의 연결을 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4차 응급의료계획)의 큰 결과인 것 같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이게 과연 100% 정답이냐 묻는다면 아니다. 그러나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지난 30년간 쌓여온 체계를 바꾸는 것이므로 현장의 불협화음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어렵더라도 시범사업을 통해 3년에 걸쳐 준비하고, 이를 통해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원영 정책이사는 응급실 전원 문제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1명에게 환자 전원의 부담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현장에서는 만약 열에 하나 안 좋은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전원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며 “응급실에 1명 있는 의사가 여러곳을 2~3시간에 전화를 돌려야 전원이 가능한데, 그 시간동안 응급실은 공백이 발생한다. 그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전한다.
4차 기본계획에서는 “환자 전원시스템을 개선하려 한다. 하루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당직 병원을 선정하는 순환당직제(요일별 당번병원)를 통해 전원이 용이해지면서 응급환자 수용이 더 쉬워지고 과밀화가 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순환당직제에 대해서도 “의료상황이 전문화 되면서 그에 해당하는 전문인력이 충분치 않다. 물론 교육·양성이 해결책이겠지만 10~20년이 걸리는 장기 정책으로, 그동안 쓸 수 있는 방법을 써야 한다”며 “최소한 지역 카테고리에서 응급환자가 발생 시 갈 수 있는 곳이 1곳은 있어야 한다. 그 범위를 정하기 위해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필겨했다.
(왼쪽부터)응급의학회 박성준 총무이사, 김현 기획이사, 최성혁 이사장.
응급의학회 최성혁 이사장(고려대학교 구로병원)는 구로병원 이음회의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4차 계획은 현장에서 환자 발생 문제, 소방에서 구급단계의 병원 이송을 한 테마로 계획을 잘 잡았다”고 평가하며 “구체적 틀은 마련했는데 세부안이 없어 추후 논의가 계속돼야 겠지만, 구체적인 안에 대해 학회입장에서 기대가 크다. 의사와 국민, 정부 모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 기획이사(원주연세대학교 세브란스)는 “결국 응급실에 있는 환자를 중증이 아니거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빨리 내보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답을 좀 얻었는데, 코로나 발생 시 외래·입원 환자를 블록하고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동을 비워주고 수가를 인정해 그쪽으로 환자를 이송할 툴을 만든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당직제에 대해서는 “수도권이나 광역시는 활성화를 통해 잘 운영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는 의료인력이 적기 때문에 분명 어려운점이 있을 것이다. 인력 자체가 부족한 곳은 상급종합병원 권역센터 위주로 가면서 수가나 비용 제공으로 당번제를 하나의 선택 옵션으로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상황실. 재난안전 통신망을 비롯해 재난상황 모니터링 뉴스채널, 의료기관 현황, 출동현황 모니터링 시스템, 119 구급대원이 활용하는 내손안의 응급실 표시 화면 등 다양한 정보가 나타나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김성중 센터장은 센터 중앙상황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운영중인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4차 계획에서 어떻게 개편되는지를 소개했다.
NEDIS가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드러난 정확성 부족, 너무 복잡한 정보 표시에 대해 응급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이를 인정하면서 개선 방안을 언급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정보면에서 여러차례 정확성이 지적됐는데, 가령 코로나 때 응급실 병상이 가능하거나 혹은 격리병상이 이용가능하다고 해서 이송지에 도착했으나 막상 격리병상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원인을 조사했더니 격리병상 환자가 막 퇴실했는데 소독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확인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 환자를 표현하는 부분이 생겨, 가령 환자가 빠지고 30분뒤 사용가능하다고 표시되는 부분이 있다”며 “정확성 부족은 시스템 개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너무 많은 정보가 표출돼 이송이 어렵다는 지적에는 119 대원에게 맞춤형 병상정보를 추출하고 5단계로 구성된 환자 중증도 분류기준(Pre-KTAS)을 신호등처럼 3개 형태(양호/혼잡/매우혼잡)을 직관적으로 활용토록 한 것이 ‘내 손안의 응급실’ 앱”이라며 “국민에게도 별도로 응급실 혼잡도와 전원 시 이용하기 편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