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대 학생 사망과 관련해 전공의를 피의자 수사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대한응급의학회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
현재 경찰에서 대구 10대 학생 사망과 관련해 초진을 맡았던 대구 파티마병원 전공의를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희 대한응급의학회는 개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어 이를 표합니다.
사실 관계를 짚어 보자면 처음 119를 통해 환자가 내원했을 때, 119 구급대에서는 2층에서 낙상했다고 했습니다. 사고 기전 파악에 오류가 있어 중증외상으로 판단되어야 할 환자가 외상센터가 아닌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초진 진료를 본 전공의는 환자와 보호자와 면담한 결과 자살사고를 가진 정신과적 응급상황으로 판단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재이송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후 여러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 처치 중으로 수용 불가하다는 답변이 나오면서 타 병원으로 이송 중 환자는 심정지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환자가 사망한 일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희생자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원인을 찾아 개선을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을 찾지 않고 책임을 지워 처벌할 대상을 찾는 것과 같은 지금의 상황은 사건의 재발을 막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당 전공의는 촌각을 다투는 최일선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고 소통하며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것이 뿌듯했고, 그런 사명감으로 응급의학과를 택했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러 응급의학과에 온 사람에게 환자를 죽인 사람으로 낙인찍고 몰아가는 것 같다며, 응급의학과를 선택하고 후회한 적이 없는데 의욕이 많이 꺾이려 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응급의학과 전공을 선택했고 열심히 환자를 보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앞뒤 자르고 범죄자 취급하는 이 상황에서 누가 다시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을까요? 자부심을 가지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던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의욕을 꺾게 만들 뿐입니다. 가뜩이나 고소나 고발의 위험과 흉기의 위협 속에서 묵묵히 환자들을 돌보던 의료진들을 현장에서 떠나라고 등을 떠미는 꼴입니다. 지금과 같은 진료 환경에서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누구라도 피의자로, 범죄자로 취급받을 수 있는 현실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과 같습니다.
다시 한번 대구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10대 중증외상환자 사망 사건에 대해 유족분들께 깊은 조의를 표하고, 저희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번 사건을 비롯한 최근의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각 응급의료기관 및 응급의료진의 정당하지 않은 환자거부가 아닌 상급응급의료기관의 응급센터 과밀화 및 배후 응급의료 인프라 부족, 비효율적인 병원 전 중증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체계, 이송단계의 의사소통부족 등 전반적인 우리나라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의료시스템의 문제에 기인함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또한, 배후 진료과의 진료 불가 통보, 정확한 환자의 정보 전달 부재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개 해당 전공의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작금의 수사 과정은 부당하며 강력히 규탄하고 향후 경과를 주시하고 엄중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현재의 응급의료 행위에 관련한 일련의 법률적 문제는 방어 및 소극적인 진료로 이어지고 응급의학과를 포함한 필수 의료과의 이탈과 붕괴를 초래하여 결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앞으로 대한응급의학회는 안전한 응급의료 환경과 최선의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대한응급의학회 임원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