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회]_데이트폭력 피해 경막외 뇌출혈 사망 관련 가해자·의사·병원 공동배상 판결에 대한 성명서
작성자 대한응급의학회
등록일2025.02.12
조회수439

데이트폭력 피해 경막외 뇌출혈 사망 관련 가해자·의사·병원 공동배상 판결에 대한


<대한응급의학회 성명서>


먼저 데이트 폭력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영전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을 유족 분들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2017년 10월 A씨는 연인이었던 B씨와 다투다가 밀어서 넘어지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A씨는 경막외 뇌출혈(epidural hemorrhage, EDH) 진단되어 응급 수술이 결정되었으며전신 마취를 하고 내경정맥(속목정맥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합니다부검을 통해 내경동맥에 약 1~2㎜ 가량 관통상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과실로 판단받고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 역시 재판부에서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경막외 뇌출혈은 신경외과 영역에서 응급 수술을 필요로 하는 뇌출혈입니다경막외 뇌출혈 혈종이 뇌간 부위를 압박하여 짧은 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수술 시 수혈이나 수액약물 투여를 위해 시행한 내경정맥 중심정맥관 시술에 대하여 말씀드리면해부학적으로 내경정맥과 내경동맥은 같이 주행하므로시술 시에 내경동맥이 주사침에 관통되거나 내경동맥으로 도관이 삽입되기도 하는데해당 시술 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며대부분 주사침이나 도관 제거 후해당 부위 직접 압박으로 지혈이 됩니다중심정맥관 시술 시 발생한 내경동맥 1~2㎜ 가량의 관통으로 발생한 출혈이 과연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외상성 경막외 뇌출혈 A씨 사망에 과실 비율에 따라 책임을 나눌 만큼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것입니까?

 

시술 과정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다만 의사가 삽입 위치를 정하는 것과 속목정맥에 삽입시술을 시도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삽입 위치를 정하고 삽입 시술 시도 즉 실체적 시술 과정에 과실이 없는데다만 시술 과정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지 못한 것이른바 주의 의무 위반이 어떻게 A씨 사망의 공동 책임을 질 만한 과실로 인정될 수 있습니까?

 

둘째로 전가의 보도처럼 의료 소송에 등장하는 설명 의무’ 역시 이러한 응급 환자의 경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응급의료의 설명동의)에 의해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응급의료가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설명동의 의무를 제외하고 있으며동법 시행규칙 제3(응급의료에 관한 설명동의의 내용 및 절차)에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응급환자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나 응급환자에게 반드시 응급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의료인 1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응급의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응급 환자의 경우생명을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가 우선이지설명 의무가 우선이 아니며응급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응급의료를 시행한 것이 불법 행위가 아니며과오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B씨와 전공의는 사망한 결과에 대한 공동 불법행위 책임” 판단에 대하여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전공의 선생님에게 해당 의사가 충분히 숙련되지 않은 상태로 삽입 시술을 하면서 관통상을 야기한 과실이 있어 보인다며 책임을 지우고 있는데그렇다면 전공의 선생님들은 향후 술기 숙련을 위해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의학 교육 나아가 임상 의학 분야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응급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 행위를 시행하였을 뿐인 당시 전공의 선생님의 응급 시술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면서 과실로 인정하고 관련 법률에서도 면제한 응급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 위반의 책임까지 물어 데이트 폭력 사망의 공동 불법행위 배상 책임을 지운 이번 판결에 대하여 대한응급의학회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나아가 응급의료 현장에서 응급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신속히 시행되어야 할 중심정맥관 시술과 같은 응급의료 행위 수행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응급 의료 분야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형사 처벌 면제민사 배상 최고액 제한과 같은 법률적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함을 대한응급의학회는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향후 유사 사례의 법적 다툼에 있어의학적 사실과 응급의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한 올바른 판단을 구합니다.()


2025. 2. 11. 

대한응급의학회